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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외 여행 이야기/2016 Vladivostok

발해주점, 다시 Cuckoo Club

발해주점(渤海酒店)과 다시 Cuckoo Club 



저녁식사후 호텔에서 각자 뒹굴고 있는는 카톡이 왔다. 


"이대로 주무실거에요?"

"그럼?"

"아쉽지 않아요? 내일 귀국인데?"

"어디 가볼까?"

"그러시죠?"

"30분후에 로비에서 만나"


이렇게 무작정 블라디보스톡 시내 밤여행을 시작한다. 

어디로 갈지 고민하다가 흥겨운 노랫소리가 나오는 곳이 있어 주변을 둘러보니, 호텔과 같은 건물에 술집에서 흘러나오는 노래였다. 

사실 첫날 이쿠에이터 호텔에 도착하였을 때, 호텔과 같은 건물에 중국어로 되어 있는 술집이 하나 있었는데, 호텔에 머무를때 훔짓훔짓 흥겨운 러시아 노래도 흘러 나오는것으로 봐서 이곳은 뭔가 있다라는 생각을 하던 차였다. 여행중에는 찾아보지 못해 이름을 알수 없고 다만 주점이라는 한자는 읽을 수 있었기에 술집임에 분명하다는 생각만 하고 있었지 가볼 생각은 안하고 있었다. 


중국어로 되어 있어서 호텔에 투숙한 중국인을 위한 술집이겠거니 생각을 했으나 주점 입구에 8등신의 미녀가 담배를 피우고 있는 모습을 보고 우리 일행은 서로의 얼굴을 번갈아 돌아보며 눈빛으로 의견을 교환하고 동의까지 마쳐버렸다. 


'들어가보자'


나중에 찾아보니 이곳의 이름은 발해주점이었다. 중국어로 '보하이 지우디안'


발해주점(渤海酒店)


식당에 들어가보니 한무리의 팀이 중앙의 길다란 테이블을 모두 차지하고 음식과 술을 먹고 마시고 있었으며 중간중간에 홀에 나가 춤을 추며 놀고 있었다. 

식당은 이름에서 말해주듯이 중국식 테이블과 중국 음식이 주요 메뉴로 구성되어 있었다. 우리는 저녁을 배불리 먹었기 때문에 안주는 가볍게, 술은 취하지 않기 위해 샴페인을 주문하였다. 


주문한 술과 안주가 차려지자 우리는 한잔씩 마시면서 한무리의 팀이 노는 모습을 구경하며 러시아식 술문화를 체함하고 있었는데, 갑자기 그 팀에서 나이가 살짝 들어보이는 남자가 우리에게 접근을 시도한다. 


의문의 러시안 중년


남자는 우리의 자리에 자기 마음대로 착석하더니 러시아어로 뭔가 열심히 떠들어 댄다. 우리는 전혀 알아들을 수 없기에 (-‿‿-) 이런 표정으로 응대해 주고 이야기가 끝날것 같은 타이밍이 '다바이'를 외치며 건배를 제의하였다. 우선 술을 먹여 보내야겠다는 생각에서였다. 그러나 '다바이'가 끝나자마자 자기 얘기를 계속 이어나가고 이러한 패턴은 몇번을 반복하여 샴페인 한병을 다 마셔버리고 한병더 주문을 하게 되었다. 그런데 가만히 들어보니 우리의 국적을 물어보는것 같아서 '까레이스키', '까레이스키'를 연신 외쳐대며 우리가 한국인임을 알려줬다. 

보통 외국에 나가보면 특수한 경우를 제외하고 한국인이라 하면 '노우쓰?' '사우쓰?' 이렇게 되묻는다. 우리로서는 이해하기 어렵지만 외국인이라면 그럴수도 있다는 생각이 든다. 

어째든 이 남자는 우리가 '까레이스키'라고 우리의 정체를 밝혔음에도 불구하고 지속적으로 자신의 언어로 자신의 말만 하고 있는데, 갑자기 '아메리카'란 말이 귓속을 뚫고 들어왔다. 입주변에 백태가 끼고 침을 튀어가면서 말하고자 하는게 아마도 미국을 욕하는 것이라 판단이 들어서 우리도 일제히 '퍽킹 아메리카'라고 외쳤더니...

이 남자 갑자기 웃음을 띠며 '다바이'를 외친다. 허허허


남자는 자리로 돌아갔고 우리는 저 무리의 정체를 파악하고자 하였다. 

5대 남자 1명, 30-40대 남자 2명, 20대 남자 1명, 50대 여자 1명, 30대 여자 1명, 20대 여자 2명...

정체가 뭘까? 고민하던차에 그 무리의 테이블의 또다른 남자가 나를 보면서 오라고 손짓한다. 


바로 이남자, 나중에 알게된 이름 '루슬란' 아 이름만으로도 사나이의 이름이다. 생긴것도 남자. 같이 사진 찍자고 하자 자연스럽게 포즈를 취해주는 불곰국 형님과 비교되는 나의 어설프고 주눅든 왼손 따봉


발해주점에서 만난 루슬란


어째든 이 사나이가 보드카를 스트레이트 잔에 따라주더니 자신도 한잔 따르면서 원샷으로 마시고 머리에 잔을 턴다. 나를 보며 마시라고 권하길래 술이라면 기죽고 싶지 않은 자존심으로 나도 원샷, 머리털기를 마치니 기뻐하며 주스가 들어있는 주전자를 들어 컵에 따르지도 않고 입대고 마신후 나에게도 권한다. 야전의 사나이들처럼 나도 같은 방식으로 마셔줬다. 

러시아인들이 보드카를 마시면서 거의 안주처럼 마시는것이 사과주스나 자몽주스를 마시는데 섞어서 마시기도 하고 따로 마시기도 한다. 그게 이해가 되는것이 독한 보드카를 마시고 사과주스를 마시면 독한 술기운이 씻기면서 속을 편안하게 해준다. 

속으로 생각했다. '이녀석 사나이의 이름과 사나이의 얼굴은 했지만 속은 약하구나. 귀여운 녀석'


이렇게 우리일행은 친해져서 발해주점을 통채로 전세내어 논다. 

다행히 영어를 조금할 줄 아는 처자가 한명 있어서 간단한 대화는 할 수 있었다. 


발해주점에서 신나게


발해주점에서 신나게


발해주점에서 신나게


흥겹고 유쾌하게...


발해주점에서 신나게



우리는 저 흰색 티셔츠를 입은 중년이 회사의 사장 중년의 여성은 사장의 부인 30-40대 남자들은 회사의 직원들 그리고 여자들읜 직원들의 와이프이거나 여자친구라 생각을 하였었다. 그러나 담배를 피우면서 얘기를 들어보니 가족모임이라고 한다. 

그리고 더욱 놀란 사실은 저 흰색 티셔츠의 중년 남자 나이가 47세이라는 것이다. 그래서 내 나이를 알려줬더니 눈이 똥그랗게 변하면서 입을 다무는것을 잊어버렸다. 


연락처는 받았으나 대화가 안되니 연락할 수 없는 다시 만나보고 싶은 가족이다.  


발해주점이 문을 닫을 시간이고 저 가족들도 집으로 돌아가고 우리는 향후 일정에 대해서 고민하였지만 그 고민의 시간은 얼마되지 않았다. 


택시를 타고 바로 Cuckoo Club로 달렸다. 



사실 발해주점에서 이미 많은 보드카를 마신상태라 술기운도 알딸딸하게 올라와 있는 상태라 독한 보드카를 더이상 마시는건 무리라 생각되어 우리는 샴페인 Moet를 주문하였다. 


바로 이술...


Moët & Chandon Champagnes


Moët & Chandon Champagnes


어제는 러시아어를 할 수 없다는 이유만으로 눈만 호강시켰으나 오늘은 이미 거하게 취기가 올라온 상태기 때문에 이 기세를 몰아서 대화를 시도하였다. 


가장 먼저 보이는 한명의 처자...

혼자 열심히 스마트폰을 만지작거리는 이 처자에게


"캔 유 스피크 잉글리쉬?"


우리의 질문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예스"하며 앉는다. 


이럴수가...


다행히 이 처자들은 영어가 조금 되서 간단한 대화를 할 수 있었다. 





즐겁게 노는 사이 시계는 5시를 향해 가고 있고 술은 취했으며, 오전 11시 비행기를 타야한다. 

오늘은 이미 늦게 와버렸다. 

아쉽지만 이곳 블라디보스톡에서 자신감만 갖고 떠날 수 밖에 없다. 


술이 덜깬 상태의 돌아오는 비행기에서 우리는 다짐한다. 

블라디보스톡 여행에서 오후 출국, 오전 귀국은 안된다는 경험으로부터 채득한 아주 유익한 지식을 얻을 수 있었다. (향후 2차 블라디보스톡 여행은 오전 출국, 오후 귀국으로 바꿔서 진행된다. )


이번 여행은 계획없이 떠난 여행이었고 그때그때 즉흥적으로 대응하였지만, 완전 자유여행은 여행사가 제공하지 않는 또 다른 맛의 경험을 한 특별한 여행이었던것 같다. 


사실 블라디보스톡 여행은 여러가지 목적이 있었다. 

첫째, 러시아 여행에 대한 동경, 

둘째, 러시아와의 비즈니스 기회 포착, 

셋째, 러시아어 학습에 대한 동기부여

이다. 


이번 여행은 적어도 세번째 목적에 대한 것은 확실히 느끼게 한 여행이라 할 수 있었다. 


PS. 다음에는 2차 블라디보스톡 겨울 여행에 대해서 포스팅하고자 한다.